05. 개안의 시간

좋아하는 시간은 오전 3시부터 6시이에요.
이 시간은 정신이 정말 번쩍 드는 시간이에요.

'아 지금 안 하면 진짜 안된다.'

눈이 번쩍 떠져요.
하루 종일 진척이 없던 일들도 그 시간이 되면 착착! 척척! 마무리가 되어요.
주로 그 시간에 무엇을 하냐면요.


1. 작업
꼭 하라고 할 때 안 하고 밀리고 밀려 새벽에 각 잡고 시작해요.

절박한 노동자의 다짐.

회사 일과 외주 일은 무조건 해야하는 일이지만
친구들과 진행하는 사이드 프로젝트나 개인 포트폴리오 작업은 제 욕심에서 시작된 것이기 때문에 끝없는 데드라인과 밀당 중이에요.


2. 영화 감상
6시부터는 작업을 끝내고 침대에 누워 영화 한 편을 딱 때릴 수 있어요.

맥북은 누워서..

동이 트며 올라가는 앤딩 크레디트에

'오늘도 망했다..'

라고 생각하며 새벽까지 버틴 대견함과 오늘도 밤낮이 바뀐 한탄까지 오묘한 감정을 느껴요.
사실 이렇게 보는 영화는 여유가 없어요. 지루한 부분은 스킵하고 영화가 끝난 후, 생각할 틈도 없이 잠에 쫓겨요.
실낱같은 정신력을 부여잡고 보기 때문에 바람이 있다면 제발 오후에 영화를 여유롭게 보는 것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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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제가 왜 그 시간까지 떠밀려 왔는지
방해 요소를 소개할게요.
바로 술과 오버워치 리그예요.

술
최근 알코올성 지방간을 획득한 20대인 저는 반주가 일상이었어요. 텀블러에 술을 담아 다닐 정도로 에브리데이 알코올 데이를 즐겼어요.
알딸딸한 정신이 만든 똥을 치우느라 취침시간은 자동으로 밀려나갔어요.

오버워치 리그

서울왕조 화이팅

지금은 끝났지만 오버워치 리그 기간은 본격 제 밤낮을 바꿔버린 큰 계기가 되었어요.
미국 시차로 진행되는 새벽과 아침 경기를 위해 한국 노동자의 하루는 크게 바뀌었어요.



저에게 새벽 3시란.,.이 모든 것을 꾸역꾸역 해낼 수 있는 제3의 눈이 떠지는 시간이에요.
눈과 정신에 고속도로가 열리는 그 시간을 가장 좋아합니다.

오늘의 tmi
친구의 사업장 일손을 돕기 위해 미술학원에 왔어요.
학생 중 저와 닮은 13세 오타쿠 친구가 있어서 매일 만화 이야기하면서 그림을 그리고 있어요.
같이 준비한 대회에서 금상을 받아온 보현아! 그 길은 가지 마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