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 3일간 만난 아이들

 

3일간 친구 미술학원에서 매일 새벽 4시까지 일한 후기

 

 

친구는 고등학교 친구들밖에 없어요. 대학교나 회사에서 만난 친구들은 딱히 편하지가 않아요.

우리 학교는 시골에 갇혀 예술을 쌓는 학교였어요.

그래서 미술과끼리 더욱 돈독했고 그중 같이 조소과였던 친구가 미술교습소를 운영하고 있어요. 

100명 이상 넘어가는 원생을 혼자 커버하기에도 한계가 있어 최근에 선생님을 고용했지만 금방 그만두셨어요.

유치원부터 초등학생이 다니는 미술교습소는 12월 25일 대망의 크리스마스를 위해 바삐 움직였어요.

크리스마스 카드와 와인병 조명을 100여 개 준비해야 했던 친구는 나에게 도움을 요청했어요. 

 

시간이 나면 작업을 할 수 있다는 말에 노트북을 이고 갔지만 맥북 부팅 소리를 듣지 못한 3일이었어요.

오후 12시에 수업이 시작해서 오후 8시에 수업이 끝나고 새벽 4시까지 재료와 수업 준비를 했어요.

 

와인병에 그린 그림을 덧칠해주고 안에 전구를 넣고 포장을 해줘요.

그리고 크리스마스 카드를 위해 칼질을 계속해요.

이 재료 준비 동시에 오는 아이들을 안내하고 수업 설명을 해줘요.

만들기 수업이 끝난 아이들에게 그림을 가르쳐요.

 

선생님은 밤을 새도 뿌듯하단다...

 

어떤 친구는 하나 색칠하고 뛰어다니고 싸우고 노래 부르고 그 난리통에 어떤 친구들은 진지하게 그림을 그려요.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크게 두 가지 부류로 나뉘었어요.

 

 

하나, 정말 그림이 좋아서 다니는 학생.

이 경우 장래희망도 미술 선생님, 디자이너, 화가와 같은 꿈을 꾸지요.

저는 그런 아이들에게 그리는 것의 즐거움을 알려주고 싶었어요.

간혹 너무 잘 그리고 싶어 하나하나 선생님의 확인을 받고 선생님의 손길에 의존하는 아이들이 있지만

제가 많이 했던 말은 '-면 어때'였어요.

 

"좀 크면 어때. 파란색 사과면 어때."

 

최대한 틀에 가두지 않고 실수가 만든 형태를 완성시켜주고 싶었죠.

어차피 입시미술을 시작하면 그리고 싶은 그림은 그릴 수 없으니깐요.

(미래의 입시미술이 어떻게 변화할지는 모르겠지만)

 

 

 

둘, 부모님이 기대하는 창의력 학습을 위해 다니는 학생.

지루한 교과 학습에서 미술교습소는 쉬는 시간과 같은 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이 곳에 오는 태도부터가 심상치 않았어요.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놀라왔던 게 하루에 학원 3-4개는 기본으로 다닌다는 점이었어요.

 

"선생님 저 영어학원 가야 해서 일찍 끝내주세요."

 

이 말을 3일 내내 많은 학생들 한테 들었어요. 이 아이들에겐 이곳은 시간만 때우다 가는 곳이었어요.

그리고 이 아이들은 선생님 위에 자신과 엄마가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어요.

그런 친구들은 뼈 있는 말과 함께 어른들의 당황함을 무척이나 보고 싶어 했죠.

 

"저 어차피 이거 집에 가져가면 다 버리는데요?"

 

정말 그 친구는 자신이 만든 카드를 바닥에 던지고 집에 갔어요.

 

너가 버리고 간 카드는 선생님이 밤새 만든거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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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아동심리나 교육에 지식이 없어요.

하지만 수업 중 어린아이들 입에서 가끔 나오는 욕을 들으면 이건 잘못되었다고 확신해요.

항상 웃음으로 쩔쩔매던 내 친구는 그럴 수밖에 없었어요. 

수업 후 걸려오는 수많은 학부모의 항의 전화에 친구는 포기했어요.

 

 

부모님들은 미술교육을 통해 아이들의 어떤 성장을 바랄까.

아이들은 어떤 미술 교육을 받고 싶은 걸까.

 

 

 

아이들의 순수함과 영악함, 이면을 피부로 느낀 경험이었어요.